[르포] "노조간부 표적징계" 푸드웨어에 천막농성으로 맞서다
교육부장
작성일26-02-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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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며 단단해지는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푸드웨어지회 이야기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던 1월 22일, 전북 김제시에 위치한 국내 최대 만두 단일 품목 생산기업 (주)푸드웨어 앞에 천막농성장이 차려졌다. 회사가 노조 수석부지회장에게 느닷없이 정직 1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심지어 조장에서 팀원으로 강등시켜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까지 했다. 수석부지회장은 '조장 직책'을 가진 유일한 조합원으로, 관리직의 부당한 업무 지시로부터 조합원들을 보호하고 고충처리를 담당해온 핵심 간부였다. 노조는 이를 '노조탄압'으로 봤다. 푸드웨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30일,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필자 주]
전북 김제시의 오래된 산업단지 순동산단, 그 안에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비비고 만두'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까지 포함해 만두 단일 품목으로는 한국 최대 규모 공장이다. 추위에 몸을 떨며 차에서 내리자, '푸드웨어는 노조간부 표적징계 중단하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북 김제시 (주)푸드웨어 공장 앞에 화섬식품노조 푸드웨어지회의 천막농성장이 차려져 있다. 사진=화섬식품노조지회는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전주종합청사 앞에서 ‘㈜푸드웨어 노조탄압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22일 회사 앞에 천막농성장을 차렸다.
징계 당사자인 고현 푸드웨어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징계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징계 사유는 타 공정 직원에게 업무시간에 노동조합 활동을 했고, 권한 밖의 행동을 했다는 것. 회사는 '방범·화재예방 및 시설관리 목적'으로 설치했다던 CCTV 영상을 증거자료로 내밀었다.
"회사가 CCTV 화면상에서 저와 대화를 했던 직원들을 한 분 한 분 다 불러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저한테도 두 차례에 걸쳐 CCTV 화면을 보고 당시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보기도 했고요. 늘 하던대로 업무적인 이야기만 했을 뿐입니다. 평상시에 안 하던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요." (고현 푸드웨어지회 수석부지회장)
고현 푸드웨어지회 수석부지회장(왼쪽)과 김창생 푸드웨어지회 지회장(오른쪽). 사진=화섬식품노조최근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서약서 서명도 요구했다. 내용은 ▲회사의 징계·해고 조치에 대한 이의제기 포기 ▲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재직 중 및 퇴직 후 변상 ▲위반 시 ‘상응하는 처벌’ 및 손해액 전액 배상 등이다. 징계 절차와 이의제기권을 규정해놓은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의도는 분명하다. 한 마디로 '회사에 감히 대들 생각 말라'는 것 아닐까. 그래서 지회는 투쟁에 나섰다.
지부 전체가 함께하는 투쟁이기에 버텨낼 수 있다
천막농성 일정은 하루 종일 부지런히 돌아간다. 아침, 점심, 저녁 때마다 공장 두 동 앞에서 노래를 틀어 존재감을 알린다. 아침과 저녁에는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한 뒤, 퇴근한 조합원들을 천막에 모아 현재 상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밤에는 천막에서 잠을 자며 천막을 지킨다. 전임자가 지회장 한 명뿐인 지회에서는 당연히 역부족이다.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의 임원, 조직국장, 지부 소속 지회 간부들이 조를 짜 돌아가며 천막농성을 함께한다.
천막 안쪽 벽에 철농조 일과표가 붙어 있다. 사진=화섬식품노조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한국세큐리트익산지회 간부 이십여 명이 천막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점심 선전전도 할 수 있다. 하나둘 피켓을 집어 들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공장 앞에 줄을 맞추어 선다. 점심시간을 맞은 조합원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건물 밖의 동지들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준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따뜻한 마음들이 넘실거린다.
"26년 전 한국세큐리트 자본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행했던 일들이 지금 푸드웨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푸드웨어 투쟁은 2026년 화섬식품노조, 그리고 전북지부의 첫 천막 투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투쟁에 집결해야 합니다. 노조 탈퇴 공작에 압박받고 있는 조합원들을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이 투쟁이 승리로 끝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안현석 한국세큐리트익산지회 지회장)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한국세큐리트익산지회 간부들이 푸드웨어 제2공장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화섬식품노조
안현석 한국세큐리트익산지회 지회장이 푸드웨어 제2공장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화섬식품노조한국세큐리트익산지회 간부들이 떠나고 조금 있으니 또 이십여 명이 우르르 천막을 찾는다. 이번에는 LG생명과학지회 간부들이다. 천막 안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오영순 전북지부 지부장으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는다. 자기 일인 듯 분노하며 나오는 작은 탄식들이 지회 간부들에게는 큰 응원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앉았다가 떠난 자리에는 그만큼의 온기가 남는다.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LG생명과학지회 간부들이 천막을 찾아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화섬식품노조김창생 푸드웨어지회 지회장은 지부 전체가 지회의 투쟁에 함께하는 것이 "정말 큰 버팀목이자 힘"이라 말한다.
"매일 세 지회씩 하루도 안 빼고 아침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24시간 동안 이 천막을 같이 지켜준다는 것에 놀랐죠. 밤 늦게까지 함께 해주고 이 추위에 같이 잠을 자는 그런 부분들은 정말 상상을 못 할 정도의 힘이에요. 전북지부처럼 이렇게 하는 곳이 드물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 지부가 정말 큰 버팀목이자 힘이죠. 그래서 같이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창생 푸드웨어지회 지회장)
화섬식품노조 전북지부 소속 지회들의 연대 현수막이 푸드웨어 제2공장 앞에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화섬식품노조천막에 모여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김 지회장과 고 수석부지회장은 예전에 같은 팀에서 일한 친분으로 노조 설립을 위해 뭉쳤다. 점점 나빠지는 노동조건을 지켜보며 문제의식을 나누던 중, 지난해 회사가 주야간 공정을 어떤 설명도 없이 임의로 주간으로 바꾸며 소득이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회사에게 불합리한 점들을 바꾸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
다른 노동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푸드웨어지회가 지난해 5월 출범하자마자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이들이 가입했다. 그러나 곧 많은 조합원들이 다시 빠져나갔다. 10년 동안 회장이 단 한 번도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 적이 없는 회사였지만, 노조가 설립된 지 열흘 만에 간담회가 열렸다.
"회장이 뭐라고 이야기했냐면, 3일 동안 자기가 잠을 못 잤다, 노동조합 만들어가지고. 그러더라고요." (김창생 푸드웨어지회 지회장)
회사는 단체교섭에서 노조가 요구하려고 했던 내용들을 직원들에게 깜짝 선물처럼 안겨줬다. 회사로부터 회유와 압박을 받은 조합원들은 '회사에서 얻을 것 다 얻지 않았냐, 회사가 줄 만큼 줬으면 우리 이제 그만해도 되는 거 아니냐'며 노조를 떠났다. 남은 조합원들도 조합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김 지회장과 고 수석부지회장은 이번 천막농성이 조합원들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저뿐만이 아니고 모든 조합원들이 다 처음이다 보니까 사실 회사를 굉장히 무서워 합니다. 아무래도 긴장도 좀 많이 하고 눈치도 많이 보고요. 그런데 우리가 천막을 치면서 조합원들의 행동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걸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천막쪽에 오시지도 않고, 오셔도 들어오시기도 힘들었던 분들이 이제 내 집처럼 편안하게 많이 오고 계시고, 표정들도 많이 밝아지셨어요. 이 안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조합원으로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창생 푸드웨어지회 지회장)
이날 저녁에도 퇴근한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천막에 모여들었다. 인사하며 들어오는 표정들이 밝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네, 저런 일이 있었네, 그것은 참 문제네 하며 열띠게 이야기한다. 해가 지며 차갑게 식었던 천막의 온도가 훅 올라간다.
퇴근한 푸드웨어지회 조합원들이 천막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이 천막투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분명한 것은, 푸드웨어지회는 이번 천막농성을 거치며 계속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단단함은 회사가 쉽사리 깨뜨릴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먼저 시작했고, 그 다음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지금은 그 사람들만으로 끌어갈 수 있는 노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임원, 간부, 그리고 조합원분들이 같이 마음을 합쳐서 끌어나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많은 조합원분들이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고현 푸드웨어지회 수석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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